영어 원서를 활용한 고등학교 읽기 학습활동
1. 영어 원서 읽기의 중요성
영어 원서 읽기 활동은 순수하게 해외 연수의 경험이 없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가는 과제일 수 있다. 그동안 한글로 된 책을 많이 읽었지 영어로만 쓰인 원서 책을 읽은 경험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빽빽하게 쓰여져 있는 영어를 보면 과연 인내하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서 영어 원서책을 읽는 과정의 체감 난이도는 다를 수 있다.
영어 원서를 처음 읽는 과정은 쉽지 않다. 단어와 문장이 낯설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또한, 한 권을 끝까지 읽는 데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첫 책을 완독했다는 성취감은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동기를 부여한다. 이처럼 꾸준한 원서 읽기를 통해 학생들은 영어 텍스트에 대한 두려움을 점차 극복하게 되고, 더 많은 글을 접하면서 영어 이해력 또한 향상될 것이다.
영어 원서 읽기의 또 다른 장점은 단순한 독해 능력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서를 통해 다양한 문맥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어휘와 문장 구조를 익힐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문장 해석뿐만 아니라 영어로 사고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또한, 원서에는 특정 문화적 배경과 사고방식이 담겨 있어,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장기적으로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 수준에 맞는 원서 선택하기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의 영어 수업에서 조금 더 나아가 영어 원서를 다루고 싶어서 원서 책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했었다. 그 당시 내가 개인적으로 읽고 있었던 원서책 'Factfulness'(Hans Rosling)이 있었고 한글 번역본도 베스트 셀러로 서점에 상위 랭킹에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수업에 활용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위해서 수능특강 영어책을 읽으며 수업을 준비하던 중에 한 수능특강 영어 지문에서 분명히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이 고스란히 수록된것을 발견했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바로 'Factfulness' 영어원서의 한 단락이었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지금 읽고 있는 수능특강 문제 지문만이 아니라 좀 더 성취감 있는 원서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고 '이정도 책이라면 나도 원서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라는 마음을 갖도록 하고자 원서책을 활용한 수업을 기획했다.
자신의 수준에 맞거나 또는 조금 어려운 책을 골라서 읽는다면 영어 원서책을 끝까지 읽어보는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 영어원서를 처음 읽어보고자 도전하는 시작이 어렵고, 또 끝까지 읽는 경험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 권을 읽었다는 뿌듯함은 또 다른 책을 읽도록 하는 시작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쌓여가는 영어 원서읽기의 시간을 통해 영어 텍스트 독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더 많은 텍스트를 접하게 되어 결국 수준급의 영어 이해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3. 영어원서 'Factfulness'를 활용한 수업설계
(1) 학습지 제작
교사가 먼저 원서의 내용을 정독한 다음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내용의 챕터를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Factfulness원서는 첫 챕터인 Introduction에 'Test Yourself'라는 페이지가 있다. 자신이 세계에 대한 어떠한 관점을 갖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들로 구성되어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통해 나의 관점이 어떠한 이유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 Test를 학생들에게 제시하여 심리테스트를 해보는것과 같은 흥미유발 과정으로 사용하였다. 그후에 중점적으로 책의 내용을 발췌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1. Introduction - Our Dramatic Instincts and the Overdramatic Worldview
2. The Gap Instinct - Hunting Down the First Mega Misconception / How to Control the Gap Instinct
3. The Negativity Instinct - Statistics as Therapy / The Negativity Instinct / How to Control the Negativity Instinct
왼편에 써놓은 제목은 챕터의 큰 제목이며 오른편에 나열된 제목은 그 챕터에 속한 소제목들이다. 소제목에 포한된 모든 내용들을 다 수록하지는 않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학습지를 제작하였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특성상 여러 도표와 그래프가 많이 수록될 수 밖에 없어서 글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일 경우 이 또한 발췌하여 수록하였다. 독해에 무엇보다 중요한 단어학습을 먼저 할 수 있도록 'Vocabulary'표에 주요 영어 단어들을 써두고 이에 해당되는 한글 뜻을 적도록 하였다. 또한 번역본 책을 바탕으로 발췌한 영어 지문에 해당하는 한글 번역을 매 챕터 끝부분에 추가하여 독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번역된 글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매 챕터마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Comprehension Check Questions'라는 부분을 만들어 글의 핵심 내용들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도록 했다.
다음은 내가 수업에서 활용했던 학습지 PDF파일이다.
https://drive.google.com/file/d/1iHCUE2bQvJvH8NLrlzCl3uGQl0LR_1TV/view?usp=drive_link
1. Factfulness 학습지.pdf
drive.google.com
https://drive.google.com/file/d/1P2OQlU4FHzZuGnRoSvO_K0RZZKKp7C8U/view?usp=drive_link
2. Factfulness 학습지.pdf
drive.google.com
(2) 복습 동영상 제작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을 무렵에 했던 수업이라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제작하였다. 한 문장을 해석할때마다 구체적인 문법적 설명을 하기 보다는 전체적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형식의 수업을 진행하였다. 다음은 직접 제작한 영상의 링크이다.
(3) 학생들의 독후록 및 추가 자율 탐구 과제
영어 원서 수업을 마무리 한 후 학기 말에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냈다. 모든 학생들이 내야 하는 의무 과제였다. 이 과제는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있었으며 책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과제였다. 학생들 마다 물론 사고의 깊이가 다르고 과제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은 과제를 내기 위한 목적의 소감들이 많긴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책의 내용을 심도있게 생각 해 보고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정리해 온 학생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 학생든 독후록 뿐만 아니라 추가 자율 탐구과제를 작성하여서 제출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탐구 보고서였으며 그 학생의 성향과 과제 집중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절대 다른 곳의 자료를 참고하여 그대로 붙여넣기를 한 과제가 아니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있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입장이 아니었으며 이 책에서 제시한 내용과 자료들을 뒤엎는 내용의 자료들을 잔뜩 찾아서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일목요연하게 작성하였다.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인 만큼 과제를 대하는 태도가 진심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과제였다. 많은 시간 자료를 찾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자신만의 정보탐색능력, 정보 분석능력, 비판적 사고력,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켰음이 분명했다.
한명의 학생이었지만 한명이라도 과제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면 의미있는 수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